안개 / 연기
fog / smoke
정다운(독립기획자)
우리를 보듬는 그늘의 자국
때로 어떤 대상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마음속 어둠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늘을 밖으로 꺼내보면, 그것은 지나친 햇빛으로부터 우리를 보듬는 것이 된다. 다시, 어떤 대상을 우리가 어디에 두냐에 따라 가치는 바뀐다. 《안개/연기》 전시장에 들어서려는 순간 작가 윤대희의 사물을 향한 시선 전환의 시도를 직감했다. 전시장 문이 열리며 문에 비춘 필자의 뿌연 모습이 걷히고 시야에 들어온 그의 작업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인간 삶에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정서는 사실 실체가 없다. 그것이 묻어난 물질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사물에서 즐거움, 상실감, 불안, 환희 등의 감정을 끄집어낸다. 여기서 윤대희는 수많은 감정 중 ‘불안’에 집중하며, 불안 심리로부터 파생되는 ‘믿음, 소망, 사랑’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으로 탐구한다. 특히 그가 작업으로 옮기는 대상들은 누군가의 기념비가 되는 불상, 돌, 트로피, 나무, 인간, 물, 소금, 불꽃 등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거한 이 대상들은 누군가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쓰였으나 무엇 하나 질긴 생을 갖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닳기도 하고, 녹슬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하며, 심지어 죽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작업에 이 물질을 담아냄으로써 누군가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 지녔던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의 숨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윤대희의 작업은 꽤 조심스러워 보인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돌탑 위에 새로운 돌을 얹을 때 먼저 쌓인 염원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을 쓴다. 돌탑이 화면 속 다양한 기념비라면, 그는 그 대상을 그리고 물감을 여러 번 쌓아올리는 행위로 믿음, 소망, 사랑의 감각을 만지며 모여 있던 염원들을 존중한다. 붓이 지나간 자리는 마침내 불안을 다스리는 수행의 결과가 되며, 불안을 걷어내고 얻고자 했던 형체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은 작업 곳곳에서 한 번 더 드러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 《안개/연기》는 그것 자체로 인간의 불안을 다스리는 매개체로써 역할을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믿음의 돌>(2022)부터 <기념, 불꽃, 놀이>(2017)까지의 작품들이 커다란 화면을 만들며 한데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기 고유의 성질을 지닌 사물들이지만 하나의 굵은 목소리를 낸다. 다른 벽면에 있는 뒤에서 본 불상(<믿음의 풍경>(2022)), 얼굴이 잘린 석상(<믿음의돌>(2021)), 어떤 형상인지 알 수 없는 동상(<믿음의 풍경>(2022)), 그리고 뒷모습 혹은 뭉개진 얼굴을 가진 인간(<믿음의 풍경>(2021), <불을 만드는 사람>(2022), <혼란속의 형제들>(2021), <여전한 믿음, 쉼없는 경례>(2017)) 역시 마찬가지다. 작업에 표현된 사물들은 그저 존재만으로도 믿음, 소망, 사랑을 소환하고 불안 심리를 보듬는다.
여기에 더해, 윤대희의 작업 방식은 감상자에게 또 한 번 평안토록 손을 내민다. 이것은 여러 번의 터치로 그려내는 방식뿐만 아니라 그 터치를 다듬지 않고 화면 위로 흘러내리도록 둔 물감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불안을 해소하는 대상을 그려낸 흔적들을 지우지 않고 서로 엉겨 붙도록 그대로 두는 것도 부유하는 감각을 매만지는 또 하나의 모양이었으리라. 흘러 굳은 물감처럼 불안이 자연스러운 감각임을 깨닫는 지점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윤대희가 그간 사물을 통해 수집한 여러 모양의 불안을 전시장에서 마주했다. 필자는 이 앞에서 불안을 불안으로 여기기를 잠시 멈추어 보기를 제안한다. 평형을 깨뜨리고 막막한 감각으로 불안을 인지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밖으로 꺼내 믿음, 소망으로 치환하고 사랑에 다다르게 하는 대상으로 누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말한 ‘안개/연기’는 불안한 상태를 설명하는 것보다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방식으로. 이제 그늘의 쓸모에 귀를 기울이며 그늘이 머금은 힘에 머무르자. 보이지 않지만 늘 명징하게 보이기를 기도했던 ‘믿음, 소망, 사랑’은 여기서 분명 단단해진다.
Fog / Smoke
Review
Jeong Da woon
(Independent planner)
The mark of shade that embraces us
Sometimes the meaning of an object differs depending on where it is
located. If a shade is taken out, it can be something to embrace us from the
excessive sunlight. Again, the value changes depending on where we put the
certain object. Upon entering the exhibition hall of <Fog/Smoke>, I
intuitively felt the artist Yoon Dae-Hee’s attempt to change his attention
toward object. When the blurred appearance of the artist reflected on the door
was lifted while the door of the exhibition hall opened, his work coming into the
view was saying so.
Actually, the emotions that are constantly
revealed in human life are unsubstantial. There's only a substance on which
it's smeared. And from the object, we take out the emotions of pleasure, loss,
anxiety, delight and others. Here, Yoon Dae-hee concentrates on 'anxiety' among
numerous emotions and explores in a way to image 'belief, hope and love' that
are derived from anxiety. Especially, the objects that he transfers to work are
Buddha statues, stone, trophy, tree, human, water, salt and firework which become
monuments to someone. If you look closely, these listed objects are used to
relieve someone's anxiety, but none of them has a durable life.
They
wear out, rust, turn off, flow and even die. However, by containing this substance in this
work, he continues the breath of faith, hope and love which someone had to
relieve anxiety. So, Yoon Dae-Hee’s work looks quite
careful. Putting a
new stone on an already-made stone tower, we care not to make the previously accumulated
wishes collapse. If a pagoda is a various monument on the screen, he looks up
to the wishes gathered while touching the senses of faith, hope and love by piling
up the object and paint for several times. The place where the brush has passed
becomes the result of the performance to handle anxiety, and the invisible
sense which was wanted to get beyond the shape by removing anxiety is revealed
once again all around the work.
In that sense, the exhibition <Fog/Smoke>
itself serves as a medium to handle human anxiety. When entering the exhibition
hall, one can see works from <The Stone of Faith>(2022) to <Celebration,
Fireworks, Play> (2017) hanging together while creating a large screen. They
are objects with their own properties but hold one single thick voice. A Buddha
statue seen from behind another wall (<The scenery of Faith>(2022)), a
stone statue with a cut face (The stone of Faith>(2021)), an unknown statue
(<A landscape of faith>(2022)) and a human with a back or crushed face(<The
scenery of Faith>(2021), <A Fire Maker>(2022), <Brothers in
Confusion>(2021), <Unchanged Faith, Endless Salute>(2017)> are also
the same. The objects expressed in his work summon faith, hope and love just by
their mere existence and embrace the anxiety.
In addition to this, Yoon Dae-hee's work method
reaches out to the viewer once again to make peace. This is clear not only in
the way it is drawn with multiple touches but also in paints allowed to flow
down onto the screen without trimming the touch. It could be another shape to
smooth the floating sense without erasing traces of the object of relieving
anxiety and leaving them tangled together. It was a place where anxiety can be
realized that it’s a natural sense like a hardened paint.
As
such, we faced diverse shaped anxiety that Yoon Dae-Hee had collected through
objects in the exhibition hall. In front of this, I suggest stop considering
anxiety as anxiety for a while. Rather
than breaking equilibrium and recognizing anxiety with a desolate sense, it is
to take it out and replace it with faith and enjoy it as an object to reach
love. Maybe, the 'fog/smoke' he said was more like protecting us from anxiety
rather than explaining the state of anxiety. In a way to become a shade for
faith, hope and love. Now, let’s listen to the use of shade and stay in the
power that shade holds. Here, ‘Belief, hope and love’ which is invisible but
has always been prayed to be lucid is clearly strengthened.